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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월간 커피&티] 해안절벽을 바라보면 한 잔의 차를, 레드브라운




월간 Coffee&Tea

제호처럼 커피와 티 전문지이자 올해 창간 15년차를 맞는 중견 잡지사 입니다. 매달 산업 전반의 소식과 각 영역에 대한 상세한 정보, 카페 소개 등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합니다. 





※ 본 포스팅의 저작권은 월간 Coffee&Tea에 있습니다. 



바다가 보이는 카페

해안절벽을 바라보며 한 잔의 차를




난드르. 입안에서 리듬감이 느껴지는 이 단어는 안덕면에 위치한 대평리의 옛 이름이다. 난드르는 ‘넓은 들판’이라는 뜻의 제주방언인데, 유난히 평평했던 이 지역의 지리적 특징 때문에 지어진 이름이라고 한다. 현재사용하는 공식 지명인 대평(大坪)의 한자 풀이도 같은 의미이다. 유난스러운 평평함이지만 큰 높낮이가 없이, 야트막한 높이의 풍경들이 연속되는 장면은 심심하기까지 하다.



이런 단조로움을 염려해서인지, 조물주는 평평한 대평리에 두 개의 포인트를 세워놓는다. 대평리 마을을 뒤에서 내려다보고 있는 군산과 거대한 수직절벽의 주상절리대인 박수기정이 그것이다. 대평리의 마을을 뒤와 옆에서 감싸고 있는 형태이다. 그리고 이 둘 중에서도 130미터를 우뚝 솟아있는 박수기정은 대평의 자랑이자 제주 남부의 명소로 손꼽힌다.



대평리 마을은 지난 11년도 마을미술 프로젝트 사업에 선정되면서, 새로운 옷을 입었다. 특히 긴 방파제로 둘러싸여 다소 갑갑하고 밋밋했던 포구의 풍경은, 재미있는 그림들과 알록달록한 장식물로 채워지면서 그 분위기가 크게 달라졌다. 박수기정으로만 쏠렸던 시선이, 포구를 장식한 그림들로 자연스럽게 이동했다. 







이 대평포구에 레드브라운 카페가 자리하고 있다. 흥행보증 수표와 같은 박수기정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위치이니, 오가는 올레꾼들이나 경치를 탐하는 이들이 욕심내서 찾을만하다. 코스를 걷는 사람이나, 차를 이용하는 사람들이나 레드브라운을 찾는 일은 어렵지 않다. 카페의 겉모습이 그 이름처럼 온통 붉은색과 갈색으로 칠해져 있기 때문이다. 초록 일색의 대평리에 레드브라운이 붉은 포인트를 찍는다. 


“레드는 홍차의 붉은색을 뜻합니다. 차(TEA)를 의미하는 것이죠. 그리고 브라운은 커피빈(콩)의 색이죠. 결국 레드브라운은 차와 커피라는 뜻입니다 ” 카페의 오너인 김종대씨의 설명으로 유난스럽게 칠해진에 대한 궁금증이 풀린다. 그럴싸한 비유나 은유의 이야기가 숨어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카페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두 음료를 대놓고 간판에 걸어놓는 모습이 일종의 자신감처럼 보인다. 




그런데 그 순서를 따져보면 레드가 먼저이다. 차가 커피보다 먼저 있는 것이다. 사실 김씨는 레드브라운을 열기전에 커피보다 차를 먼저 공부 했을 만큼, 차에 대한 남다른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이다. 그래서인지 취급하는차의 메뉴도 일반적이지 않다. 흔하게 볼 수 있는 영국이나 인도의 차가 아닌, Ma Passion이나 Hepburn과 같은 프랑스 차를 선보이고 있는 것이다. 

“프랑스가 향수의 나라로 불리는 이유가 있어요. 향에 대한 감각이 아주 좋지요. 향을 블렌딩하는, 가향능력이 뛰어나요” 프랑스 차의 다채로운 향을 그 이유로 꼽았다. 대중들에게 약간은 생소했던 프랑스의 차였지만, 손님들의 반응은 괜찮았다고 한다. 그리고 최근에는 오사카에서 직접 공수해온 홍차를 선보이며, 메뉴를 조금씩 확대해 나가고 있는데, 우리와 비슷한 취향과 정서를 갖고 있어서인지 그 반응 역시 나쁘지 않다고 한다.

레몬그라스와 로즈마리, 민트가 한데 섞이는 수제허브티도 특별함이 있다. “인근에 있는 농원에서 직접 공급받고 있어요. 오고 가는 과정이 없다보니, 아무래도 신선함이 장점이라고 할 수 있지요” 차나 커피나 그 맛의 대부분이 원재료의 상태가 얼마나 좋은가에 달려있다. 특히 그것이 차라면 신선함은 더욱 중요해진다. 재료가 좋으니 나오는 결과물도 기대해볼만하다.


그러나 아직까지 차보다는 커피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것이 현실이다. 아무래도 맵고 짠, 자극적인 스타일의음식들이 밍숭맹숭한 차와는 어울리지 않기 때문이다. 그 역시 이러한 상황들을 모르지 않기 때문에, 차와 함께커피에 싣는 힘을 가볍게 두지 않는다. 10여종의 다양한 산지의 원두를 구하는 한편, 직접 로스터기를 돌려서 볶아낸다. 그리고 에스프레소 머신이 아닌, 핸드드립만으로 손님들에게 커피를 선보인다. 



그 기본기가 탄탄하니 차도 좋고, 커피도 좋다. 음료를 주문했다면 레드브라운의 공간과 음료, 그리고 풍경을즐기면 된다. 창가에 앉아서 밖을 본다면, 아무래도 시선을 사로잡는 것은 박수기정이다. 시원하고 듬직하게 뻗어있는 등줄는 마냥 앉아서 보고만 있어도 좋을만한 풍경이다. 해가지는 일몰 때는 그 모습이 더욱 특별해진다. 검붉은 해가 박수기정의 온몸에 덧입혀지면서, 한껏 달아오른 풍경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차만 마시고 후다닥 가시는 분들보다, 오랫동안 자리에 앉아서 쉬었다 가시는 분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커피 한 잔 시켜놓고 몇 시간이고 죽치고 앉아있는 이들이 그리 달가워하지 않는 도심지의 카페와는 전혀 다른 이야기다. 한쪽 벽을 가득 매운 책들이나, 3대나 설치돼 있는 컴퓨터도 마음껏 쉬고 가라는 주인장의 배려이니, 눈치 볼 필요가 없는 카페 레드브라운이다. 





Editor's P.S.

색도 그렇지만, 곳곳에 있는 작은 소품들이 여성들이 좋아할만한 분위기다. 사장님 취향이냐고 물었더니, 이내 고개를 돌이면서 ‘와이프’ 라고 재빨리 대답을 한다. 출입문 옆에 있던 두 개의 소파가 딱 들어갈만한 공간이 제일 탐났다. 비오는 날, 지붕에 떨어지는 빗소리를 실컷 듣기에 좋은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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