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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월간 커피&티] 수평선을 베고 잠을 자다, Cafe In



월간 Coffee&Tea

제호처럼 커피와 티 전문지이자 올해 창간 15년차를 맞는 중견 잡지사 입니다. 매달 산업 전반의 소식과 각 영역에 대한 상세한 정보, 카페 소개 등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합니다. 





※ 본 포스팅의 저작권은 월간 Coffee&Tea에 있습니다. 



바다가 보이는 카페

수평선을 베고 잠을 자다



저비용항공사들의 선전으로 제주를 오가는 항공료가 낮아지면서, 마음의 거리가 이전보다 훨씬 가까워졌다. 덕분에 이제는 음식점 입구에서 자주 볼 수 있는 ‘혼저옵서예’ 정도는 알아들을 수 있게 됐다. 그렇다고 제주도의 방언이 실제로 가까워진 것은 아니다. 뜻을 알고 문장을 읽은 것이지, 문장을 읽으면서 의미를 알게 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제주도의 방언은 글자만 한글로 표기 된 외국어 같아서 소리만 듣고는 도통 알아챌 수가 없다.



카페 ‘In’의 짧은 이름에는 무려 3가지의 뜻이 숨어있다. 쉽게 알아챌 수 있는 ‘안, 내부’ 라는 뜻의 영어가 첫 번째이고, 한자의 사람‘인’(人)이 두 번째이다. 마짐가 세 번째 뜻은 ‘있다’라는 의미의 제주 방언이다. ‘혼저옵서예’ 정도만 알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결코 알아들을 수 없을 뜻이다. 결국 이 세 가지의 의미들을 모아서 정리해보자면 ‘안에 사람이 있다’ 정도로 로 해석 할 수 있다.



카페 안에 사람이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카페 In에서는 더 자연스럽다. 1층의 카페와 함께 2층에는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기 때문이다. 아침이 되면 다들 각자의 일정을 떠나고 한산한 모습이지만, 하루를 마치는저녁 시간이면 카페 여기저기에 여행자들이 삼삼오오 모여 시끌벅적해진다. 카페와 사랑방, 낮과 밤의 용도가 약간은 다르지만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공간의 역할은 제대로 하고 있다.



이름이 중요한건 사람뿐이 아니다. 카페 역시 이름이 중요하다. 의미를 담은 이름에는 힘이 있어서다. 카페 In은 속뜻처럼 사람과 공간에 무게를 더 실었다. “사실 카페 보다는 게스트하우스가 먼저였어요. 사람들이 편하게 있을 공간을 생각하다보니 바다가 보이는 장소를 골랐던 건데, 편한 자리에 어울릴만한 음료도 있으면 좋겠다 싶었죠.” 카페주인인 한동지기가 카페 In의 얽힌 탄생비화를 말해준다.



다시 말하면, 카페 In은 전문적인 카페를 지향하지 않는다. 물론 쟈뎅의 원두를 사용한다거나, 유기농차로 유명한 리쉬티를 취급하면서 양질의 음료를 제공하려고 노력하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여행자들에게 필요한 것은 마음 편히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이다. 음료는 쉼을 도와줄 뿐이다.



“사실 바다가 전부에요. 내세울 건 바다밖에 없죠. 인테리어도 특별한 게 없어요. 전부 직접 만든 것들인데, 세련되거나 그렇진 않죠. 바다와 그냥 잘 어울리는 분위기에요.”. 창가에 마련된 바에 앉아서 바다를 바라보니 눈과 수평선이 맞닿는다. 멀리서 조망하는 바다는 관조적이지만, 가깝게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면 어느 샌가 바다에 그 마음을 훌쩍 던져 넣게 만든다. 컬러테라피에서 파란색은 안정과 회복을 의미한다고 한다. 울적한 날에 바다를 보겠다며 갑작스레 새벽기차를 탔던 경험들은, 바다의 위로를 받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모 연예인은 큰 마스크를 쓴 채로 한쪽 구석에서 하루 종일 멍하게 바다만 보다 갔다고 한다. 또 누구는 그런 바다가 좋아서 개장한지 5달 밖에 되지 않는 이곳을 세 번이나 찾아왔다고 한다.



이곳에서 가장 멋진 순간은 어느 때냐는 질문에 한동지기는 대뜸 핸드폰을 꺼내서 사진을 보여준다. 파란 하늘과 바다가 있는 사진이었는데, 하늘에는 뽀송뽀송한 구름이 멋지게 떠 있었다. 그리고 그 구름은 바다 위에도 수평선을 중심으로 물빛에 반사되었다. 마치 테칼코마니로 찍어낸 듯한 풍경이었다. 평화로웠다. 이런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다면 어느 누구의 마음도 풀어지지 않을 수 없을 만큼...





Editor's P.S.

카페에서 바라보는 일출 장면을 찍기 위해 게스트 하우스에서 1박을 묵었다. 카페의 창에서 졸린 눈을 비비며 카메라를 들고 1층으로 향했는데, 아뿔싸! 카페는 8시가 넘어야 문을 연다. 결국 2층 테라스와 옥상, 마당을 오가며 사진을 찍을 수밖에 없었다. 어찌됐건 눈을 뜨자마자 2층 침대에서 아침을 맞는 기분이 아주 그만이다. 같이 방을 썼던 여행자가 말한 것처럼, 수평선을 베고 잠드는 곳이 세상 어디에 또 있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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