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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월간 커피&티] 커피 한 잔으로 쉼을 얻는 곳, Stay with Coffee



월간 Coffee&Tea

제호처럼 커피와 티 전문지이자 올해 창간 15년차를 맞는 중견 잡지사 입니다. 매달 산업 전반의 소식과 각 영역에 대한 상세한 정보, 카페 소개 등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합니다. 





※ 본 포스팅의 저작권은 월간 Coffee&Tea에 있습니다. 



바다가 보이는 카페

커피 한 잔으로 쉼을 얻는 곳, Stay with Coffee




사계리 해안도로에 자리를 잡은 'Stay with Coffee'는 오픈한 지 4개월을 갓 넘긴 신생 카페이다. 하지만 이곳의 오너이자 바리스타, 그리고 로스터인 박상국 대표의 커피가 제주도에서 선보여진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다. ‘Stay With Coffee’는 약 2년 전에 인근의 게스트하우스 2층에 시작했다. 제주도로 내려오기 전부터 커피에 대한 내공을 적잖이 쌓았다는 그였다. 들리는 길손들의 입소문과 각종 여행책자들 통해 그의 커피는 번져나갔고, 이내 10코스의 명소로 자리 잡았다. 


오가는 손님들이 많아질수록, 더 넓은 공간에서 서비스를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카페의 자리를 탐색하기를 꼬박 1년, 멀지 않은 사계리의 해안도로에서 망해버린 횟집을 발견한다. “해변가에 카페를 만드는 일. 아마도 모든 카페 주인들의 로망이 아닐까요? 저 역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이 자리를 봤을 때 더 고민 할 필요가 없었죠.” ‘Stay With Coffee’의 오너이자 바리스타, 로스터인 박상국 대표는 환한 웃음으로 카페 이전에 대한 만족스러움을 전한다. 



‘Stay With Coffee’에서 바다를 빼놓고 얘기 할 순 없다. 카페에는 바다를 향한 커다란 창이 두 개가 있다. 시원하게 햇살이 바다에 부서진다는 표현이 식상했지만, 괜한 은유가 아니다. 반짝이는 바다의 수평선이 두 개의 창을 통해 들어오는 장면은 과연 누구라도 탐할만한 로망이었다. 박 대표는 특별히 이 자리를 위해서 카페 안에서 창을 바라보고 있으면, 일종의 스크린처럼 느껴진다. 




16:9의 와이드 화면까지는 아니더라도, 바다의 모습을 시원하게 비추기엔 부족함이 없다. 이 스크린의 주 무대는 정면으로 보이는 형제섬과 우측의 송악산 그리고 빨간 등대이다. 주연배우인 바다와 조연인 구름과 햇빛의 이야기는 매일이 다르기에, 커피 한잔과 창가의 풍경을 즐기는 시간이 지루하지 않다. 특히나 해질녘의 풍경은 그 날의 가장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다. 



Stay With Coffee는 핸드드립만을 고집한다. 물론 핸드드립은 다양한 커피 추출 방식 중의 하나이기에, 그 역시도 제주도에서 카페를 운영하기 이전에는 에스프레소 머신을 이용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러나 머신의 탄생 유래가 그러하듯, 커피머신으로 뽑아내는 커피의 속성은 ‘빠름'이다. 치열하고 분주한 도심에 어울릴법한 커피머신은, 풍경과 걸음 속에 생각을 덜어내는 제주도의 ’느림'과는 어울리지 않기에, 커피머신을 제외했다고 한다. 





핸드드립 방식은 인위적인 압력을 가하지 않는다.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일정한 온도의 물이, 미세하게 갈린 커피가루를 통과하며 원두의 풍미를 온몸으로 담아낸다. ‘중력’이라는 자연의 이치를 이용한 이 추출법은, 두 발로 정직하게 길을 걸어가며 제주의 구석구석을 새겨넣는 일과 닮았다. 렌트카를 타고 쉽고 빠르게 지나가버린 풍경 뒤에 남는 것은 일순간의 경탄일 뿐, 곱씹을만한 꺼리도, 여운도 남아있지 않기 때문이다. 핸드드립에 대한 고집은 제주도의 카페라는 이름을 내걸만한, 그러한 이치가 담긴 선택이다. 



카페의 내부는 천정도 높고, 옆 테이블과의 공간 역시 널찍해서 여유가 있다. 다닥다닥 테이블과 의자가 붙어서, 옆자리 손님의 눈치를 봐야하는 일도, 그들의 시시콜콜한 이야기로 귀가 피로해질 일도 없다. 보장된 자신의 공간에서, 정성껏 내려진 커피, 그리고 바다와 함께 자연스럽게 그 시간을 즐기면 된다. 



창을 통해 볼 수 있는 바다, 그리고 향긋한 커피가 만들어내는 만족감은 이 카페에 대한 애착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카페의 한쪽 벽면에는 노랑, 분홍의 포스트잇이 한가득 붙어있다. 이곳을 찾았던 이들이 그 흔적을 남겨놓은 것이다. 내용을 살펴보면 커피가 맛있다며 칭찬을 적어놓은 이야기들이 대부분이지만, 시름 한보따리를 안고와 바다에 툭하니 내려놓았다는 이야기들도 있다. 가끔씩은 꽤나 중(重)한 근심을 가져왔던지, 해탈이라도 한 것처럼, 시와 같은 구절을 뚝뚝 내어놓기도 한다. 그리고 그 구절의 마지막은 다시 찾아오겠다는 약속을 잊지 않으며 고마운 마음을 적어놓는다. 



사실 Stay with Coffee는 그 이름처럼 커피에 방점이 찍혀야하는 것이 마땅하다. 최상의 커피를 선보이기 위해 드립을 하는 박 대표의 모습은 경건하리만큼 치밀하고, 정확하다. 그가 드리핑을 할 때는 온도계와, 타이머가 덩달아바빠진다. 커피에 대한 열정과 내공이 느껴지는 순간이다. 이러한 모습을 보고 있자면 이 공간의 첫 번째 목적이 바로 커피 그 자체에 있음을 새삼스럽게 깨닫게 된다. 



박 대표는 커피를 좋아하는 이들을 위해 두 가지 메뉴를 준비했다. 커피가 갖고 있는 각각의 맛에 대한 자신의 기호를 확인 할 수 있는 ‘미각여행’과, 하루 종일 커피와 함께 취하기 싶은 이들을 위한 ‘Stay with Coffee Holic'이 바로 그것이다. 미각여행은 일종의 커피에 대한 계몽의 시간이라고 볼 수 있다. 담배와 함께 기호식품의 대표격인 것이 커피이며, 그 의미처럼 자기 입맛대로 선호하는 커피를 먹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다양한 풍미를 갖고 있는 커피의 맛과 향을 이전에 마셨던 한, 두 가지의 커피나 경험으로 자신의 기호를 제단 했다면 이는 안타까운 일이다. 자신도 몰랐던 다양한 커피 맛에 대한 깨달음. 박 대표의 친절한 안내와 함께 혀의 진실을 찾아 떠나는 여행이다. 



정성스럽게 내려진 박 대표의 커피를 탐하는 이들에겐 커피뷔페와도 같은 Stay with Coffee Holic이 적당하다. 이 메뉴는 카페에서 제공하는 모든 원두를 무제한 제공한다. 몇 군데의 산지의 원두를 선택해서 집중적으로 마셔보는 일도, 다양한 맛의 커피를 훓으면서 무제한의 미각여행을 즐기는 일도 모두 가능하다. 어떤 스타일로즐기건, 카페에서 머무는 시간은 온전히 보내는 사람의 몫이니, 자유롭게 커피에 취해보고자 하는 이들은 망설일 필요가 없다. 



이전한지 이제 고작 4개월 남짓, 1년의 사이클 중 이제 1/3을 지냈을 뿐이다. 그리고 카페의 외부는 아직도 채워야 할 숙제들이 잔뜩 남아있는, 현재 진행형이다. 시설에 대한 고민이 많아지는 요즘이라고 한다. 카페가 앞으로 어떠한 공간으로 남았으면 좋겠냐고 물으니, 고민 할 것도 없이 ‘커피 한 잔으로 쉼을 얻을 수 있는’ 카페라고 대답한다. 무엇이든 이름이 중요하다고 하더니, 들어오면서부터 수없이 마주쳤던 카페의 이름에 그의 바람이 진작에 담겨 있었다. 이제껏 잘해왔던 것처럼, 더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서 Stay with Coffee를 즐기기를 기대해본다. 



Editor's P.S.
나는 어느 정도 정적인 사람이지만, 그렇다고 마냥 풍경만 감상하고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위인까지는 아니다. 그러나 Stay With Coffee에서는 충분히 게을러 질 수 있었다. 특히 제주 앞바다에서 부서지는 햇살은 황홀경이었다. 위장만 견뎌준다면, 밤을 새도 좋을 만큼의 체력만 버텨준다면 'Stay with Coffee Holic'으로 충분히 커피에 젖어드는 것을 추천한다. 한 가지 팁! 주차에 신경쓰지 않는다면 자칫 커다란 창문으로 바다가 아닌 차량만 보게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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