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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커퍼스] 부산센터, 검은 바다의 친절한 안내자 (1) - 마리스텔라 로스터스

검은 바다의 친절한 안내자


오래전부터 뱃사람에게 별은 특별한 존재였다. 그들은 망망대해 속에서도 별자리를 보며 자신의 방향을 가늠했다. 뱃사람에게 별은 훌륭한 길잡이였던 셈이다. 커피 역시 방대한 세계를 갖고 있어 섣불리 발을 들여놓다간 길을 잃기 십상이다. 목적지를 향해 정확한 방향과 길을 알려줄 수 있는 안내자가 필요하다. 커퍼스 부산센터, 마리스텔라 로스터스를 찾았다.



재능 < 노력


마리스텔라 로스터스의 이정민 대표는 커피를 즐겨 마시던 사람이었다. 따로 커피 교육을 받을 정도로 남다른 애정을 갖고 있었다. 유독 마음이 갔던 것은 바로 커피의 향미. 이 대표는 평소 향미에 관심이 많았다. 한 때 ‘아로마’ 라는 영역에 깊이 빠져들면서 ‘조향사’를 꿈꾸기도 했다. 이 대표가 고혹한 매력를 뿜어내는 커피에 매료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이 대표는 교육을 받으면서 스스로 센서리 영역에서 상당한 재능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큐그레이더 과정 중 센서리 파트에서 84점을 기록할 정도로 미각이 탁월했다. 일본어 스터디 모임에서 만났던 박성우 로스터는 이 대표의 이러한 능력을 높게 평가했고 본격적으로 커피를 해볼 것을 권했다. 이 대표에게 커피공부는 이 대표에게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심지어 재밌기까지 했다. 그렇게 이 대표는 커피의 길로 들어섰다.





이 대표의 커피스토리에서 김길진 Q/R인스트럭터(뷔자뷔 대표)는 빠져서는 안 되는 중요한 인물이다. 알다시피 커피산업에는 바리스타 외에도 다양한 직군이 존재하고, 요구되는 능력도 각기 다르다. 본인의 재능과 관심사에 맞는 포지션을 명확히 선택해 전문성을 키워가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이 대표에게 바리스타 보다 커퍼와 로스터를 권했던 게 바로 김 대표였다. 그 역시 이 대표의 탁월한 센서리 능력에 주목했던 것이다.


이 대표는 부산과 구리를 오가면서 김 대표에게 커핑과 로스팅을 배웠다. 두 지역의 거리가 워낙 멀다보니 이동하면서 낭비되는 시간이 상당해, 나중엔 아예 김 대표가 마련해준 다락방에서 숙식을 해결하면서 커피를 공부했다. 힘든 시간이었다. 하지만 이 대표에겐 재능에만 머물러 있지 않고 능력을 발전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커피를 배우기 위해 어떠한 수고도 마다하지 않는 이 대표의 열정을 보고 김 대표는 물심양면으로 후원했다. 김 대표에겐 수많은 제자들이 있지만 ‘김길진 커피랩’이라는 타이틀을 허락한 건 이 대표가 유일하다. 스승과 제자 이상의, 특별한 신뢰로 묶여 있는 것이다.





사실 ‘마리스텔라 로스터스’는 이 대표의 두 번째 카페이다. 처음 문을 열었던 매장은 ‘카페사각’ 이라는 로스터리 카페였다. 사각은 오랜 로스팅 수업의 결과를 확인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는데, 반응은 좋았다. 부산의 중심가인 서면에서 ‘커피가 맛있는 집’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지금 마리스텔라커피의 모든 교육은 바로 ‘카페사각’ 에서부터 시작됐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커핑은 스스로 공부했던 것을 확인하고 점검하기 위해 시작했던 일이었는데, 점차 입소문을 타고 퍼져나가면서 사람들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커퍼스와 인연을 맺게 된 것도 커핑교육에 집중하고 있는 것을 알던 지인의 권유로 이뤄졌다. “커퍼스 관계자분들과 이야기를 나눴는데, 평소 제가 생각하고 있던 것과 취지가 같았어요. 혼자서 커핑을 하고 교육하는 일이 좀 외롭게 느껴지던 때였는데, 같은 생각을 가지고 커피를 교육하는 분들이 있다는 게 신기했죠.”





이후 번화가였던 서면을 벗어나 커핑교육에 적합한 명륜동으로 카페를 옮겼다. 상호도 ‘카페 사각’에서 ‘마리스텔라 로스터스’로 변경했고, 제조시설과 교육시설도 함께 마련했다. 카페 이름인 ‘마리스텔라’는 바다를 의미하는 마리스(Maris)와 별을 의미하는 스텔라(Stella)의 합성어다. 망망대해 속에서 뱃사람들의 길잡이가 되어줬던 별처럼, 커피를 찾아 떠나는 이들에게 정확한 방향과 길을 알려주고 싶은 마음을 담았다.


“손님들에게 커피에 대한 설명을 많이 하는 편이에요. 설명과 맛이 일치하는 커피를 선보이는 게 카페 목표 중 하나에요.” 마리스텔라에서는 스페셜티커피를 사용하지만, 로스팅 전후로 네 번의 핸드픽으로 결점두를 다시 골라낸다. 향미의 일관성을 또렷하게 만드는 작업이다. 이렇게 걸러진 온전한 생두는 정교한 로스팅과 추출로 이어진다. 설명과 실제 맛이 일치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로스터리 카페로서 커피전문성을 가장 분명하게 드러내는 부분이다.





이 대표는 대중들이 갖고 있는 커피에 대한 편견도 깨고 싶어 한다. 소위 구수함으로 대표되는 ‘우리의 커피’는, 애초에 다양한 커피를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없었기 때문에 만들어진 결과이다. 이 대표는 친절한 설명과 함께 다채로운 향미를 지닌 스페셜티 커피를 권하며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게 한다.





※ 기사량이 많아서 (2), (3)으로 나누어 포스팅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