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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커퍼스] 부산센터, 검은 바다의 친절한 안내자 (3) - 마리스텔라 로스터스

[커퍼스] 부산센터, 검은 바다의 친절한 안내자 (1) - 마리스텔라 로스터스

[커퍼스] 부산센터, 검은 바다의 친절한 안내자 (2) - 마리스텔라 로스터스



커핑의 ‘방향’과 ‘길’ 그리고 ‘안내자’


이 대표는 커피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밥 짓는 과정에 비유하면서, 커핑을 가리켜 ‘좋은 쌀을 맛보고 고르는 것’과 비슷하다고 설명한다. “밥을 지을 때 가장 먼저 쌀을 고르잖아요? 좋은 ‘이천 쌀’을 쓸지, 아니면 ‘정부미’를 쓸 지 말이죠. 좋은 쌀을 골랐다면 밥맛은 확실히 달라져요. 커피도 마찬가지에요. 좋은 생두를 골라야 맛있는 커피를 만들 수 있죠.”


개념은 같지만 두 곡물 사이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쌀은 우리 유전자에 익숙한 곡물일 뿐만 아니라 쌀을 사서 밥을 짓는 과정까지 잘 알고 있다. 따로 공부하지 않아도 누구나 맛을 구분할 수 있다. 반면 커피는 외래농작물로 이전에는 경험해보지 못한 낯선 향미를 갖고 있다. 커피 맛을 알기 위해선 배움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대중들은 인스턴트 커피나 강배전 커피에 대한 경험에만 갇혀 쓴맛과 구수함이 커피가 가진 향미의 전부라고 인식하는 경향이 많다. 커핑은 다양한 커피를 경험하면서 그러한 편견을 깨는 과정이기도 하다. 이 대표가 모든 커피 교육에 앞서 커핑 교육을 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이유이다.


이 대표는 커핑을 숙달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방향’과 ‘길’이라고 강조한다. “후각과 미각 타고난 재능이 있으면 커핑할 때 수월한 것은 사실이에요. 배기량이 좋은 차로 도로를 달리는 것처럼 말이죠. 하지만 경차라고 못가는 건 아니잖아요? 빨리 가나 늦게 가나, 그건 중요하지 않아요. 평생 커피를 할 거라면 말이죠.” 아무리 좋은 차를 탔다고 한들, 잘못된 길로 빠진다면 아무 소용없는 일이다. 중요한 건 방향, 그리고 옳은 길을 가는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방향이 맞더라도 그 길이 굽이진 비포장도로의 연속이라면 중간에 포기하기 십상이다. 고속도로는 좀 더 정확하고 수월하게 원하는 목적지까지 안내한다. 길이 잘 닦여있을 뿐만 아니라 갈림길 마다 이정표가 정확하게 세워져있기 때문이다. ‘커피의 고속도로’, 이 대표가 꿈꾸는 마리스텔라의 목표다.


커핑을 잘하기 위해선 다양한 경험이 필요하다. 다만, 자신의 경험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늘 확인할 필요가 있다. “불확실한 열 번의 경험보다 제대로 된 한 번의 캘리브레이션 커핑이 더 의미 있다고 생각해요.” 감각은 언제든 흐트러질 수 있다. 심지어 큐그레이더를 딴지 불고 열흘 밖에 지나지 않은 사람조차 커핑 점수가 10점 이상 차이나는 경우가 있을 정도로, 감각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은 어렵다. 때문에 이 대표는 가급적 Q/R인스트럭터 같은 전문가와 커핑을 하면서 스스로를 가늠하고 조정할 것을 권한다.





“커피는 절대 우아하지 않아요. 단지 소비자만 우아하게 마실 수 있을 뿐이죠. 한 잔의 커피를 제대로 만들려는 생산자라면 피땀을 흘리지 않을 수 없어요. 정성스레 만든 커피를 마지막 한 방울까지 놓치지 않으려는 손님을 볼 때면 뿌듯한 마음이 들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커피를 하는 것 같아요.” 누군가의 고속도로가 되기를 꿈꾸는 이 대표지만, 정작 자신이 걸었던 길은 굽이진 언덕길의 연속이었다. 고비마다 숨은 턱 밑에까지 차오르는데, 갈 길은 여전히 멀어 보였다. 지난해 있었던 영광의 순간들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사실 눈물의 연속이었다. 


인고의 시간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그럼에도 지금껏 버텨내고 이겨낼 수 있었던 것은, ‘함께’였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모든 공을 박 로스터에게 돌린다. “성우씨가 자리를 지켜주고 후원해주지 않았다면 불가능했을 거예요. 그동안의 시간을 생각하면 꼭 주름치마 같아요. 겉으로 보면 그냥 치마 같지만, 맞잡고 펼쳐놓으면 어마어마한 주름이 잡혀 있잖아요. 꼭 우리 이야기 같죠.”


이 대표는 지난해 르완다에 이어 올봄에는 콜롬비아를 다녀왔다. 안티오키아 커피경매 심사위원으로 초청되어 깊은 산속에서 며칠을 보내며 커핑과 토론을 반복했다. ‘커퍼로서 너무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산지를 둘러보며 농부들도 만날 수 있었는데, 커피가 그들의 삶에 어떠한 존재인지 다시 한 번 느꼈다. 


“현지 인터뷰에서도 강조했던 내용인데, 소비국으로서 커피에 대한 올바른 판단과 제대로 된 소비를 위한 책임이 크다는 것을 느꼈어요.” 옥션에서 낙찰받은 3랏의 커피는 조만간 한국에 도착할 예정이다. 커피를 재배한 농부들을 직접 만나고 구매한 커피인 만큼 소중한 마음과 함께 풍성한 이야기가 담겨 있는 것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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