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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커퍼스] 양산-평산센터, 오늘도 커피는 계속된다 (1) - 레마프레소

오늘도 커피는 계속된다




어느 산업이나 마찬가지겠지만 커피인들에게도 ‘지속가능성’은 중요한 문제다. 생존과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연이은 불황과 갈수록 치열해지는 경쟁이 그 배경이다. 그래서 이 지속가능성은 단순히 현상을 유지하는 것만으로는 이뤄지지 않는다. 커피산업의 흐름을 민감하게 읽고 대중들의 반응을 자세히 살펴야 하며, 또한 자신만의 길도 만들어 가야 한다. 커피는 완성형이 아니라 현재진행형이다. 커퍼스 양산-평산센터 레마프레소(Remapresso)를 찾았다.



오랜 경험, 그러나 안주하지 않는다


레마프레소의 임송림 대표의 커피 이력은 아주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임 대표에 의하면 바리스타로서의 첫 시작은 91년도. 물론 중간에 다른 업종으로 전향하기도 했지만 식품과 커피를 오가며 직간접적으로 다양한 경력을 쌓은 그였다. 임 대표는 당시를 ‘바리스타가 좋았던 시절’이라고 회상한다. 전문직이라는 인식이 훨씬 강했던 때란다. “알다시피 예전에는 일본식 커피가 주류였죠. 베이크드(Baked) 방식으로 로스팅하는 진한 커피요.” 카페들은 드립할 줄 아는 바리스타를 ‘모셔갔다’고 할 정도로 대우받았던 시절이다. 일종의 ‘커피 장인’ 대접을 받은 셈이다.


오랜 시간 커피를 접하면서 임 대표에게는 몇 번의 전향점이 있었는데, 그중 하나가 큐그레이더 교육을 접했을 때였다. “커피를 과학적으로 접근하는 게 인상적이었어요. 경험을 강조하는 일본과는 다른 방식이었죠.” 새로운 경험이었다. 물론 오랜 시간 익숙해져 있던 습관이나 지식을 바꾸거나 버려야 했지만, 상호보완의 효과는 충분했다. 





어떤 산업이든 시간이 흐르면서 새로운 흐름이 생겨나는 일은 자연스럽다. 산업은 더욱 깊어지고 다양해진다. 새로운 이론이 주창되고 더 나은 기술이 등장난다. 현대 커피산업의 총아로 여겨지는 에스프레소머신의 등장이 그랬고, 이제는 하나의 형태로 규정할 수 없는 다양한 추출방식을 지닌 머신이 개발된다. 어제의 지식이 오늘의 정답이라 할 수 없는 시대, 큐그레이더가 3년마다 갱신해야 하는 배경도 바로 이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임 대표의 커피는 전문성과 대중성, 두 마리의 토끼를 향해 있다. 전문성은 산미를 비롯한 다양한 뉘앙스의 향미 등을 의미하고 대중성은 구수함과 단맛 혹은 탄 맛을 가리킨다. 좀 더 영역을 넓힌다면 생두 가격의 차이나 로스팅의 차이를 뜻하기도 한다. 전문성과 대중성은 보통 상반되는 의미로 사용된다. 이를테면 스페셜티와 커머셜, 라이트 로스팅과 다크 로스팅, 산미와 구수함처럼 어느 한쪽을 선택하면 다른 쪽은 배제되는 식이다.





그러나 임 대표의 지향점은 이 두 가지를 모두 포함한다. “콜라도 만드는 회사가 다양하지만 코카콜라를 최고로 치잖아요? 그 차이는 전문성에 있다고 봐요. 과거에 대중적인 맛이라고 할 때는 쓴맛과 단맛이 섞여 있는 구수한 뉘앙스가 주였다면, 최근에는 단맛과 함께 향이 좋은 커피가 흐름인 것 같아요.” 임 대표는 스페셜티나 씨오이 같은 향미 위주의 커피가 등장하면서 생긴 변화라고 설명한다. 신맛과 향미에 대한 선호도가 조금씩 높아지고 있어서, 대중적인 뉘앙스를 추구하면서도 미묘한 변화와 차이를 표현할 수 있는 전문성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임 대표의 로스팅은 과거 겪어왔던 일본식 스타일이 제법 느껴진다고 할 수 있다. 정상적인 범주이긴 하지만 로스팅 시간은 약간 긴 편이다. “로스팅 초반에 이뤄지는 수분 날리기나 휴지기를 조금 길게 갖는 편이예요. 좋은 콩이라도 자칫 안 좋은 뉘앙스가 나올 수 있으니까요.” 안정적인 단맛과 적절한 향미를 발현시키려는 조치라고 할 수 있다. 





오랜 시간 한국 커피산업의 변화를 지켜본 임 대표다. 커피인으로서 계속해서 살아가기 위해선 업계와 대중의 변화 모두를 받아들여야만 한다는 걸 잘 알고 있다.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커피 관련 자격증은 그가 어떠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는지 잘 보여준다. “10년 전만 해도 커피교육은 ‘이건 이거다’라는 주입식이 대부분이었잖아요. 지금은 그렇지 않아요. 요즘은 현상에 대한 이유를 파악하고 설명하는 접근이 필요하죠. 연구하고 공부하는 일은 앞으로도 계속 중요해질 거예요.” 







※ 기사량이 많아서 (2), (3)으로 나누어 포스팅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