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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커퍼스] 춘천 석사센터, 감각과 인식 그 사이에서 - 커피 지지큐(1)

 

흔히 미맹이라고 하는 사람들이라도 실제로 입안의 감각을 잃은 경우는 많지 않다. 감각이 둔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들은 강한 자극이 아니면 맛을 쉽게 구분하지 못한다. 그런데 이런 증상이 정말 감각만의 문제인지는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단지 맛을 몰라서 그것을 느끼지 못한다고 여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커피에서도 마찬가지다. 커피 맛을 안다는 것은 무엇인가? 또 어떻게 하면 그 맛을 알 수 있을까? 커퍼스 춘천 석사센터, 커피 지지큐를 찾았다.


싱거운 커피? 균형 잡힌 커피!

커피 지지큐 김승환 대표의 커피 스토리는 지인이 건네줬던 에티오피아 계열 커피에서 시작됐다. 자신을 ‘미맹’이라고 여겼을 만큼 미각이 둔했던 때였다. 김 대표에게 커피는 구수하거나 쓴맛만 나던 검은 물이었다. 하지만 그때 마신 커피는 달랐다. “특이했어요. 맛있다, 이런 건 아니었지만요. 커피가 시었거든요.” 

 

왜 그러냐고 물으니 지인은 로스팅부터 시작해 커피에 대한 여러 이야기를 쏟아냈다. 당시 김 대표는 외국계 기업에서 근무하며 오랫동안 해외 생활을 해오다가 귀국을 결심했던 차였다. 새로운 직업을 찾아야 했는데, 커피 이야기를 들으며 희소성과 전문성을 갖출 수 있겠다는 생각을 품게 됐다.

 

 

 

김 대표에게 새로운 세상을 열어준 것은 커피의 다양하고 독특한 향미였다. 그는 특정한 향미가 도드라지는 것보다는 여러 가지 향미가 조화롭게 어울리는 커피를 선호하는 편이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커피는 ‘또 마시고 싶은 커피’예요. 주로 밸런스가 잘 잡힌 커피에서 그런 느낌을 얻죠.” 거기에 향까지 풍부하게 더해진다면 금상첨화다. 

 

지지큐 커피에도 김 대표의 취향이 녹아들었다. 여러 향미가 조화를 이루면서 부드러운 느낌을 주는 커피다. “좋은 생두에는 단맛이 많아요. 이 단맛이 쓴맛이나 신맛들과 조화를 이루면서 강하게 튀는 맛들을 상쇄시키죠.” 로스팅 포인트도 그런 특징을 살리는 데 초점을 맞춘다. 약 중배전 정도로 2차 크랙을 넘어가는 일은 거의 없다. 바디보다는 향을 우선한다.

 

 

 

때로는 손님들로부터 ‘싱겁다’라는 피드백도 받는다. 보통 탄향이나 거친 쓴맛을 내는 커피에 익숙해진 사람들이 그런 반응을 보인단다. 도드라지는 향미가 없다 보니 커피가 밋밋하다고 느끼는 것이다. 김 대표는 그런 표현을 나쁘지 않게 받아들인다. 본인이 의도한 바가 잘 전달됐기 때문이다. “어떤 분들은 커피를 적게 써서 묽은 게 아니냐고도 하시는데, 그렇진 않아요. 에스프레소도 항상 투 샷을 사용하고 드립도 넉넉하게 25g을 사용하죠.” 그럴 때면 손님에게 상황을 충분히 설명해 이해를 구한다. 물론 그의 스타일을 강요하는 것은 아니다. 손님이 원한다면 언제든 샷을 더 추가해준다.

 

카페에서는 새로운 커피를 자주 선보이는 편이다. 밸런스가 잘 잡혀 있으면서도 캐릭터가 전반적으로 분명하게 드러나는 커피들이다. 특징이 서로 겹치지 않는 선에서 자유롭게 구성한다. 교체 주기도 자유롭다. “손님들이 좋아하세요. 재밌게 여기시죠. 쉽게 질리지 않아서 그런 것 같아요. 이제는 카페에 들어오면서 ‘새로운 거 없어요?’라고 묻는 분들도 제법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