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인터뷰

[커퍼스] 경산 서상센터, 커피를 심어 문화를 일군다 - 커피 브로(3)

커핑, 진입장벽을 낮추는 것이 숙제   

 

 

커피 브로에서는 격주로 샘플 로스팅과 프로덕션 로스팅을 하고, 그때마다 커핑도 진행하고 있다. 프로덕션 로스팅의 경우 직원들과 함께하지만, 샘플 로스팅의 경우 일반인들을 초청해 함께 한다. “커피 문화를 소개하는 채널이라고 할 수 있어요. 내가 좋아하는 기호가 커피 언어로 어떻게 표현되는지, 또 다른 커피에서는 어떤 기호가 드러나는지 알 수 있어요.” 일반인들에게 커핑 볼을 깔아놓고 시끄럽게 슬러핑을 하며 맛을 보는 커핑은 낯선 문화다. 공짜라고 해서 오기는 왔는데, 눈을 반짝이며 관심을 보이는 사람이 있는 한편, 그렇지 않은 사람도 많다. ‘무슨 커피를 공부까지 해야 해’라는 낯선 반응이다. 그래서 아직은 일반인들이 커핑에 참여하기 위한 진입장벽은 높은 편이다. 

 

 

 

 

“아직까지는 ‘커핑 하는데 오실래요?’ 라고 해야 몇 분 오시는 정도예요. 슬프기도 하고 외롭기도 하죠(웃음). 아쉽긴 하지만 씨를 뿌려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그래도 9개월 동안 ‘커핑 합니다’ 라고 연락할 수 있는 분들이 많이 생겼으니, 성과는 분명히 있는 셈이죠.” 많을 때는 15명까지도 오지만 보통 6-8명 정도가 평균 참여 인원이다. 권 대표는 커핑 소식에 눈을 반짝이며 ‘오늘은 무슨 커피냐’고 물어오는 그 날을 기다린다.

 

 

 

 

권 대표가 일반인들과 커핑을 할 때 주안점을 두는 것은 ‘흥미’이다. “커핑을 숙달하기 위해 열심히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흥미를 돋워주는 것도 중요해요. 아무래도 재미가 있으면 지속성에 도움이 되니까요.” 권 대표는 종종 트라이앵귤레이션 방식으로 커핑을 한다. 하나의 커피만을 절대적으로 평가하기보다는 상대적인 비교를 통해 구분하는 방식은 접근하기가 수월한 편이다. 공부나 수업이 아닌, 게임처럼 접근할 수 있어서다. 

 

 

 

 

프로덕션 로스팅은 전문성이 필요하고 이때의 피드백 역시 매장에 반영돼야 하므로, 내부 직원 중심으로 할 수밖에 없다. 이때 좀 더 객관적인 의견을 듣기 위해 인근 카페들과도 함께 한다. 권 대표 역시 다른 카페들의 커피를 커핑 하면서 서로 의견을 나누기도 한다. 카페들은 경쟁자이기도 하지만, 경산 지역의 커피 문화를 일구는 동지이기도 하다. 

 

 

 

 

“사실 서로 큰 도움을 받는다기보다는 그냥 즐거워서 하는 게 맞는 것 같아요.” 의견을 나눈다고는 하지만, 같은 지역에서 커피로 함께 울고 웃는 이웃이 모이는 자리가 반가운 게 더 크다. 하지만 공통된 고민을 나눌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서로에겐 위로가 될 테니, 어떤 형태로든 도움이 되는 건 맞겠다.    

 

 

 

 

커피 브로는 마라토너 같다. 마라토너는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착실하게 기본기를 다지며 체력을 기른다. 권 대표 역시 짧은 시간에 무언가를 이루려는 마음은 없다. 꼼꼼한 핸드픽과 민감한 로스팅, 그리고 깐깐한 QC와 오픈 전에 이뤄지는 철저한 추출 테스트 등 좋은 커피를 위한 기본기에 집중하며 부지런하고 성실하게 오늘을 보낸다. 곧 오픈을 준비 중인 커피 브로 2호점은 새로운 일상이자, 도전이다. 더욱 향긋해질 형제의 커피 이야기를 기대해본다.

 

 

| 커피 브로 : 경북 경산시 장산로 18길 4-2(서상동 143-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