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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커퍼스] 춘천 석사센터, 감각과 인식 그 사이에서 - 커피 지지큐(2)

 

[커퍼스] 춘천 석사센터, 감각과 인식 그 사이에서 - 커피 지지큐(1)

 


 

단지 맛을 몰랐을 뿐이다

김 대표는 커피 교육을 시작할 때 항상 커핑을 먼저 가르친다. “커피 맛을 모르는 사람이 커피를 만든다는 건 아이러니잖아요? 갈비탕을 파는데 육수 맛을 모르고, 김치찌개를 파는데 김치 맛을 본다는 것과 같은 얘기예요.”  

 

커피를 비롯해 음식을 만드는 일은 단순히 레시피를 재현하는 것이 아니다. 재료의 상태나 주변 환경에 따라서 맛은 언제든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레시피를 그대로 따라한다고 해도 같은 맛이 난다고 보장할 수 없다. 결국 음식의 맛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맛을 안다면 현재의 상태를 정확히 파악해 어떤 재료를 더하고 빼야할지를 판단할 수 있다. 조리 과정을 유추할 수도 있다. 맛을 안다는 것은 일종의 기준점을 만드는 것이다.

 

 

 

맛과 향에 둔감했던 김 대표가 먹고 마시는 것에 관심 있을 리가 없었다. 하지만 커피를 배우면서부터 조금씩 달라졌다. 그동안 모르던 맛과 향을 느끼면서 음식에도 관심이 생겼다. 음식을 즐기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그러던 중에도 유독 잘 느껴지지 않던 게 있었다. 단맛이었다. 커피를 배우겠다고 적잖은 수업을 들은 뒤에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1년 동안 매일 거르지 않고 커피를 마시기로 했다. 단맛을 끝내 느끼겠다는 결심이었다. 춘천, 원주, 서울 등 전국 각지에서 유명하다는 카페에서 커피를 사서 매일 마셨다. 로스팅도 직접 했다. 하지만 여전히 단맛은 미궁 속이었다. 사실 이때는 커피로 전업하기 위해 준비하던 중이어서 김 대표는 더 허탈했다. “이만큼 노력했는데도 느낄 수 없는 맛이 있다면 커피는 맞지 않는구나 싶었어요. 그만둬야겠다는 생각까지 했었죠.” 

 

 

 

단맛의 실마리는 예상치 못한 곳에서 풀렸다. “어느 날 칡즙을 먹는데 맛이 커피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끝에서 살짝 단 기운이 느껴지더라구요. 그때 알았죠. 이게 단맛이란 걸.” 배추에서도 비슷한 단맛과 감칠맛을 느꼈다. 커피의 맛을 다른 음식으로 알게 된 셈이다. 

 

우리가 음식을 먹는 동안 입안에서는 수많은 맛이 스쳐 간다. 이때 입안의 신경을 집중해 각각의 맛을 구체적으로 떠올리다보면 막연하게만 느껴지던 감각이 조금씩 명확해진다. “구체적이어야 해요. 단순하게 ‘신맛이네’ 정도가 아니라 얼마나 신가, 어떤 과일의 신맛과 비슷한지를 생각하는 거죠.” 이런 경험이 누적될수록 맛에도 개념이 생긴다. 다시 말하면 김 대표는 단맛을 느끼지 못했던 게 아니다. 어떤 것이 단맛인지를 몰랐을 뿐이다. 

 

 

 

“수강생들에게 커피만 먹지 말고 다른 음식도 많이 먹어보라고 이야기해요. 여러 가지 맛을 느끼고 이해하라는 거죠. 넓은 의미에서 ‘맛을 본다는 것’은 전부 커핑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여러 음식을 맛본다는 것은 맛의 개념을 확장시킬 수 있는 계기를 만드는 것이다. 하나의 커피를 다양한 방식으로 추출해 맛보는 것도 좋은 훈련이 된다. 각각의 방식에 따라 커피의 뉘앙스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다양한 음식을 맛보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