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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커퍼스] 파주 운정센터, 도시로 간 섬 - 산토리니(3)

[커퍼스] 파주 운정센터, 도시로 간 섬 - 산토리니(1)

[커퍼스] 파주 운정센터, 도시로 간 섬 - 산토리니(2)

 

 


 

커핑과 로스팅을 모르면 서로 말이 통하지 않아

 

산토리니에는 김 대표를 포함해 4명의 큐그레이더가 포진해 있다. 커핑의 중요성 때문이다. 커핑은 커피와 로스팅을 평가하는 중요한 도구다. 큐그레이더는 다양한 커피 경험과 민감한 감각으로 커핑을 한다. 이들은 김 대표와 함께 양질의 생두를 선택하고 적절한 로스팅 포인트를 연구한다. 산토리니 커피만의 맛과 향이 시작되는 지점이다.

 

김 대표는 테라로사에서 스페셜티 커피를 처음 경험했다. 개성 넘치는 커피를 맛보면서 자연스럽게 로스팅과 커핑의 중요성을 알게 됐다. “그때 김용덕 대표님이 ‘커핑의 시대가 올 거다’는 말을 하셨던 기억나요. 좋은 커피의 시대가 올 거란 이야기인데, 지금도 그 말에 동의해요.” 이후 김 대표는 로스팅에 심취했고 적극적으로 커핑을 활용해 결과물을 평가했다.  

 

 



산토리니에서 커핑은 너무나 당연한 행위다. 커피를 알기 위해서다. “산토리니 직원들은 ‘이 커피는 어떤 맛이 납니까?’라는 손님의 질문에 반드시 대답할 수 있어야 해요.” 봉투에 적혀 있는 노트를 기계처럼 암기해서 대답하는 게 아니다. 직원들은 산지나 고도, 재배방식과 가공방식 등 커피가 가진 다양한 정보를 숙지하고 커핑으로 그것을 직접 경험한다. 커피를 총체적으로 이해하는 과정이다.

 

김 대표는 커핑을 중요하게 여긴다. “커핑과 로스팅을 알아야 서로 말이 통하니까요.” 신입직원 교육 시 사용하는 교재에서 커피 상식을 빼면 가장 첫 번째로 다루는 게 커핑이다. 그 다음이 로스팅이고, 추출은 가장 마지막이다. 커피의 특징을 정확히 이해하고 그것을 온전하게 재현하는 과정이 추출이기 때문이다. 커핑은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계속 언급될 수밖에 없다.

 

 

 

 

김 대표는 커핑 노트 표현에 있어 상당히 자유롭다. 커핑에서 자주 참고하는 아로마 휠(Aroma Wheel)은 중요한 언어적 도구이지만, 외국 정서와 문화를 반영했기 때문에 우리가 바로 사용하기에는 어려움이 많다. “커핑을 하다 보면 향미를 표현할 때 주저하는 경우를 자주 봐요. 억지로 아로마 휠에 끼어 맞출 필요는 없어요. ‘발꼬랑 내’, ‘동전 냄새’ 같은 것도 괜찮아요.” 향미에 대한 경험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표현이다. 이런 표현이 공감과 소통에 유리할 때도 있다.

 

커피를 정확하게 평가 할 필요가 있을 때는 SCA 커핑폼을 사용하지만, 좀 더 가벼운 목적이라면 자체 제작한 간이 커핑폼을 사용한다. 상당 부분 단순화했다. 이를테면 자신이 느낀 노트를 자유롭게 적기만 하면 된다. 표현은 각각 달라도 공통적인 뉘앙스 확인이 가능하다. 다양한 표현을 접하면서 공감의 폭을 넓히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간혹 전반적인 흐름과 동떨어진 내용이 나오기도 한다. 그때는 해당 노트를 중심으로 다시 한번 검증하는 작업을 거쳐서 결과물에 넣을지 뺄지를 결정한다.

 

 

 

 

김 대표가 꿈꾸는 산토리니의 청사진은 ‘종합커피회사’다. 카페 운영을 비롯해 생두의 수입, 유통, 제조 등 커피가 할 수 있는 거의 모든 분야를 아우르는 것이다. 김 대표는 카페에서 회사로 이미 체질개선을 시작했다. 시스템을 만드는 일이다. “미래에 대한 많은 고민이 있었어요. 결론은 더 이상 제가 산토리니의 브랜드가 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죠. 김재완의 커피가 아니라 산토리니의 커피여야 하는 거예요.” 

 

 

 

 

김 대표는 직원들에게 자신의 역할 나눠주고는 전면에서 반보 물러섰다. 그 대신 시스템과 체계를 세우는 ‘큰 그림 그리기’에 더욱 힘을 쏟기로 했다. 이번 3호점을 오픈하면 함께 마련된 교육장과 베이커리 시스템이 바로 그것이다. 앞으로 이 시스템이 산토리니의 새로운 모델이 될 것이다.

 

사업 영역이 확장될수록 직원의 역할은 커진다. 당장 올 하반기에만 해도 후속 매장 오픈이 예정돼 있다. 쉬운 일은 아니지만 김 대표는 걱정하지 않는다. 모두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온 직원들이다. 믿고 맡길 수 있는 역량을 갖춘 것은 물론이고 충분히 신뢰하는 사람들이다. 김 대표는 오히려 이들과 함께 만들어갈 앞으로의 시간들을 기대하고 있다. 

 

 

 

 

산토리니의 사훈은 ‘고객과 직원이 함께 행복한 회사’이다. 커피를 만드는 사람도, 마시는 사람도 모두가 행복해지는 산토리니의 파란 물결을 기대해본다.

 

| 산토리니 운정 : 경기 파주시 청암로17번길 29(목동동 933-2 스타타워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