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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커퍼스] 경산 사동센터, 출항, 커피 방주(方舟) (3)




서로가 통할 때 모두가 만족스럽다

인터뷰를 하는 동안 가장 많이 언급됐던 단어 중 하나가 바로 ‘소통’이었다. 두 대표는 ‘소통’을 엘 아르카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으로 꼽았다. “카페라는 공간에서는 손님과의 소통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저 사람과 무슨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게 우리의 몫인 거죠.” 만족의 주체는 당연히 손님이다. ‘언제나 만족스러운 커피를 위한’ 소통인 셈이다. 

소통을 위해 엘 아르카는 후불 계산을 원칙으로 한다. 커피를 마신 뒤 커피값을 계산할 때 ‘커피 맛은 입에 좀 맞으셨나요?’라고 묻기 위해서다. 작은 질문이지만 소통이 시작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피드백이 정확해야 만족스럽게 응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늘 시원하게 소통이 잘 이뤄지는 것만은 아니다. “사실 많은 손님이 맛에 대한 질문 자체를 불편해해요. 분명 커피를 마신 뒤 고개를 갸우뚱 거리 거나 만족스러운 표정이 아니었는데도 커피 맛을 물어보면 ‘괜찮다’라며 대답을 흐리는 경우가 많죠.”내가 그렇게 생각한다고 해서 상대방도 같은 생각이지도 않을뿐더러, 그런 태도는 소통의 방식이 아니다. 손님들과 소통하기 위해선 끊임없이 관심을 두고 살피면서 먼저 다가가는 방법밖에는 없다. 그런 노력 덕분에 소중한 피드백을 받기도 한다. 두 대표는 이런 대답을 늘 기다리고 바라고 있다. 

바(Bar)를 가장 큰 공간에 배치한 것도 손님들과 좀 더 가까이에서 소통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덕분에 엘 아르카는 에스프레소 베이스의 커피보다 핸드드립 커피 수요가 많은 편이다. 




좀 더 구체적인 소통을 위해서 두 대표는 작은 장치를 고안했다. ‘테이스팅 테이블’이라는 작은 카드를 마련한 것인데, 이 카드에는 손님들이 선호하는 향미에 대한 정보가 간단하게 기록된다. 이 기록을 바탕으로 손님의 기호에 맞는 커피를 추천하고, 커피를 추출할 때도 선호하는 향미를 부각하거나 줄이는 식으로 활용한다. 맞춤 서비스를 위한 데이터베이스인 셈이다. 소통뿐만 아니라 고객 응대와 전문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을 수 있는 것은 물론이다. 

방법은 조금 더 세련되고 체계화됐지만, 소통에 대한 생각은 인투부터 변함없이 이어져 오고 있다. “손님들과 커피를 이야기하면서 소통할 때 가장 큰 만족을 느껴요. 이런 만족감은 다시 손님들과 나눌 수 있죠. 그것이 바로 커피가 가지는 무궁무진한 에너지라고 생각해요.” 사실 소통에 늘 성공했던 것은 아니다. 뼈아픈 실패의 경험도 많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소통이 얼마나 중요한지 두 대표는 알고 있다. 




엘 아르카가 꿈꾸는 커피는 ‘매일 먹고 싶은 커피’다. 사실 이것은 커피에 대한 정의라기보다는, 엘 아르카라는 공간에 대한 정의라고 하는 게 정확하다. ‘여기 오면 언제나 내가 만족할 수 있는 커피가 있다’라는 신뢰를 줄 수 있는 곳, 두 대표가 꿈꾸는 방주의 모습이다.      




“어떤 형태나 형식이든지, 커피를 정말 좋아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자기만의 개성과 신념을 가지고 그것을 표현하고 즐길 수 있는 카페가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저희 엘 아르카도 커피가 맛있는 곳, 사람 냄새가 나는 곳, 커피에 관한 모든 것을 담는 공간으로 키워나가고자 합니다.” 경산에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커피 방주의 순항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