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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커퍼스] 경산 사동센터, 출항, 커피 방주(方舟) (2)





동네 카페를 벗어나다

엘 아르카는 김은철 대표와 김경미 대표, 두 부부가 이끌어간다. 로스팅과 브루잉 등 커피에 대한 부분은 김은철 대표가 이끌고 에스프레소 중심의 메뉴나, 매장 관리 등은 김경미 대표가 담당한다. ‘서로 잘 하는 게 다르기 때문’이다. 두 대표는 같은 걸 노력하기보다는 각자의 영역을 넓혀가는 방법을 택했다. 

엘 아르카 이전에 두 부부는 ‘인투(INTO)’라는 카페를 5년 동안 운영한 바 있다. 인투는 작은 동네 카페였다. 로스터리 카페로서 핸드드립, 스페셜티 등을 전문적으로 다루긴 했지만 동네 주민들에겐 ‘사랑방’에 가까웠다. “놀자판이었죠(웃음). 손님들 오시면 ‘이 커피 맛있는데 한 번 마셔봐’라면서 마구 퍼주기도 했고... 커피 모임도 자주 가졌어요. 커피로 나누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거든요.” 5년 동안 손님들과의 관계도 상당히 친밀해졌다. 첫째 아이는 손님들과 함께 키웠다고 해도 될 정도로 많은 도움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엘 아르카를 새롭게 시작하면서 두 대표의 방향성은 ‘동네 카페’를 벗어났다. 디자인도, 콘셉트도, 가격도 달라졌다. 식구가 늘면서 책임져야 할 이유가 많아지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동네 카페’의 한계를 경험했기 때문이다. “동네에서, 혹은 경산에서 핸드드립으로 아무리 유명해진다고 해도, 실제로 대중들에게 커피문화라는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부분은 얼마 되지 않더라구요. 동네 카페만으로는 더 성장할 수 없구나, 제대로 갖춰서 해야겠구나 싶었어요.” 

브랜드에 대한 고민이 시작된 것이다. 엘 아르카는 ‘방주’를 뜻한다. ‘커피의 모든 것을 담겠다’는 의미로, 대표 로고 역시 방주를 형상화했다. 앞서 이야기한 다양한 기호와 추출방법에 대한 열린 생각들 역시 같은 맥락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방주는 엘 아르카에서 이뤄지는 모든 행위의 시작점이고, 정체성을 분명하고 뚜렷하게 만드는 장치다. 



인투를 운영할 때도 이러한 개념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대부분 직접 해결하려다보니 어느샌가 처음 추구했던 내용과는 다른 방향으로 가기 일쑤였고, 정체성을 잃어버릴 때도 많았다. 눈에 보이는 것 이상으로, 중요한 무언가를 놓친다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전문 디자인 업체에 의뢰했다. 두 대표는 업체와 오랜 시간을 논의하면서 엘 아르카의 생각과 방향을 정리했고, 업체는 그러한 핵심을 간결하면서도 함축적으로 담아냈다. 엘 아르카의 모든 시각적인 요소는 해당 업체와 논의하며 디자인의 일관성을 지켜가고 있다. 

그러면서 두 대표는 커피와 관련된 모든 행동을 새롭게 설정하기 시작했다. 제품 생산부터 매장 내 서비스에 이르기까지, 엘 아르카만의 합리적이면서 효율적인 기준을 세워서 매뉴얼로 만들었다. 이 매뉴얼은 장차 엘 아르카의 미래를 담보할 무기가 될 것이다.



자본력을 앞세우는 대형 프랜차이즈나 업체들의 홍수 속에서 작은 로컬 카페들은 점점 버텨내기가 힘겨워지고 있다. 그러는 사이 소비자들의 눈은 대형 업체들의 조직적이면서도 세련된 브랜딩에 익숙해졌다. 로컬 카페들이 커피에 대한 전문성과 유연성을 강점으로 내세우며 존재감을 드러내려고 노력하지만, 그 간극은 여전히 멀다. 

“커피만 맛있다고 능사가 아니죠. 커피 맛없어도 장사 잘 되는 곳 많잖아요?” 경쟁력 있는 브랜딩을 위해 두 대표가 애를 쓰는 이유이다. 사실 이미 다양하고 좋은, 카페 문화는 우리 곁에 있다. 단지 표현하고 알리는 방법이 부족했던 것인지도 모른다. 

누구라도 방주 로고를 보면 엘 아르카를 떠올릴 수 있게 하는 게 목표다. “우리가 잘 준비해야 할 것 같아요. 다음 세대를 위한 일이기도 하니까요. 획일화되지 않으면서도 특별함을 지닌, 다양한 문화가 존재한다는 걸 전할 의무와 책임이 있다고 생각해요.”





(3)편으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