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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커퍼스] 경산 사동센터, 출항, 커피 방주(方舟) (1)

커퍼스 경산사동센터, 엘 아르카
출항, 커피 방주(方舟)



성경의 창세기에는 ‘노아의 방주’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하나님이 범죄 한 세상을 심판하기 위해 대홍수를 일으키는데, 노아와 그의 가족은 거대한 방주(方舟)를 만들어 목숨을 보존한다는 내용이다. 이때 노아는 그의 가족뿐만 아니라 수많은 동물도 함께 방주에 태우면서 새로운 시대를 준비했다. 방주는 배이기도 하지만 무언가를 담는 그릇의 역할도 한 셈이다. 여기에 또 다른 방주가 있다. 이 방주에는 사람도, 동물도 아닌 커피가 담겨 있다. 변화무쌍한 커피의 매력을 가득 채운 커피 방주, 커퍼스 경산사동센터 엘 아르카를 찾았다.  


무난한 것보다는 특별난 게 좋아

엘 아르카(El Arca)의 김은철 대표는 무난한 커피보다는 향이든, 맛이든 어딘가 특별한 구석이 있는 커피를 선호한다. 특히 강하고 묵직하게 자신의 캐릭터를 드러내는 것을 좋아한다. 이를테면 진득한 여운을 주는 커피다. 그래서 커피를 추출할 때도 커피의 성분을 최대한 응축시키는 것에 집중한다. 주로 고노 드리퍼를 사용해 점 드립 방식으로 추출하는데, 100mL 내외의 커피를 추출하기 위해 35g의 커피를 사용하는 것이 기본 레시피다. 이렇게 추출한 커피는 수 시간을 센 불에 팔팔 우린 설렁탕처럼, 진국이라 할 만 하다. 

하지만 우려도 있다. 로스팅 레벨이 약하지 않은 편이어서, 그의 레시피처럼 커피를 잔뜩 담아 천천히 추출한 커피가 쓰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다. “추출도 일종의 요리라고 할 수 있어요. 좋은 재료를 준비했다면 요리도 잘해야겠죠?” 김 대표는 로스팅 후 원두의 숙성기간을 따로 두지 않는다. 대부분 바로 사용하는 편이다. 점 드립은 커피성분을 최대한 끌어내는 동시에 추출 시 발생하는 가스를 제거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커피가 가진 좋은 향미만을 담아내는 것이 김 대표의 포인트다. 묵직한 향미가 인상적이지만, 커피를 마신 뒤 목구멍으로 슬며시 올라오는 잔향도 매력적이다.




결과는 좋지만 사용하는 커피양이 상당히 많은 편이고, 추출 과정도 길고 민감하다. 커피 한 잔을 추출하기 위해서는 많은 에너지를 써야 한다. 하지만 얻는 것도 많다. 엘 아르카에서만 마실 수 있다는, 특별한 커피라는 사실이다. 매장에서 원두를 판매하기도 하지만, 같은 원두를 사용하더라도 집에서는 진득한 매력을 내뿜는 그 맛을 똑같이 즐길 수 없다. 사람들은 결국 다시 매장을 찾을 수밖에 없다. 엘 아르카의 전문성이자 경쟁력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특별한 것을 선호하는 건 김 대표만의 취향이 아니다. 김 대표는 오히려 ‘대중들이 원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무난한’ 커피는 자칫 대중들에겐 아무런 특징 없는 커피일 수 있어요. 온갖 맛과 향이 비슷하게 뒤섞여 있기 때문에, 특별히 훈련받거나 민감한 사람이 아니라면 특징이라고 하는 부분을 잘 캐치하지 못하는 거죠.” 오히려 한, 두 가지의 특징이 두드러질 때 사람들이 반응한다는 것이다. 물론 김 대표는 이것을 절대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앞으로 바꿔나가야 할 엘 아르카의 숙제라고도 할 수 있지만, 적어도 그가 경험했던 지역 내 손님들의 경우는 그렇다.




김 대표가 추구하는 커피는 이렇게 분명한 캐릭터를 갖고 있지만, 자신의 스타일을 손님들에게 강요하지 않는다. “저희가 추구하는 커피는 분명해요. 하지만 강배전 커피는 엘 아르카에서 특별히 뛰어난 커피 중 하나일 뿐이에요. 카페에는 워낙 다양한 손님들이 오시죠. 우리의 캐릭터, 중심만 잘 잡고 있다면 가능한 한 모두 품고 가려고 해요.” 엘 아르카는 강배전 커피를 가장 잘 하지만, 중배전 또는 약배전의 스페셜티커피 역시 그에 못지않은 퀄리티를 갖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고노 드리퍼가 아니어도, 점 드립 방식이 아니어도, 어떠한 스타일에도 대응할 수 있는 준비가 돼 있다.






(2)편으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