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퍼스 센터 소개
커퍼들의 모임, 커퍼스(cuppers.co.kr)의 의뢰로 진행된 센터 소개 기사 입니다. 현재 커퍼스는 한국커피품평협회(CCAK)로 확대하면서 커핑 관련 교육 및 전시, 대회 등 다양한 활동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커퍼스 울산센터, 에이지커피랩
이야기를 담은 커피
늘 커피가 새롭고 설렌다’는 말에서 그의 커피에 대한 애정이 어린 마음이 느껴진다. 또한 울산이라는 지역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그의 시선은 결코 좁지 않다. 농장 옥션에 참여하거나 몇몇 카페들과 연대해 공동구매를 통해 특별한 커피 구매에 노력을 기울인다. 더 나아가 세계 여러 산지를 찾아다니며 좋은 커피를 발굴하고 자신의 이야기를 담고 싶다며 포부를 밝힌다. 커퍼스 울산센터 에이지커피랩(AG Coffee Lab)을 찾았다.
커피가 로망이 되기까지...
커퍼스 울산센터, 에이지커피랩의 최현석 대표는 은행을 다니는 금융인이었다. 누구나 부러워할 만한 직장이었지만 매일 반복되는 업무와 일상은 최 대표에겐 지루하기만 했다. “7시 반에 출근해서 11시에 퇴근하고 토요일에는 그냥 멍하니 있으면서 아무것도 하기 싫어했죠. 재미없고 따분했어요.” 스스로 계획해서 실행하고 결과를 책임지는 자기주도적 성향이 강한 최 대표에게 은행은 아무래도 맞지 않는 옷이었고, 점점 자기 것에 대한 갈증이 커져갔다. 사실 최 대표는 결혼 전부터 와이프와 약속한 것이 있었다. 10년 동안 회사생활을 한 뒤에 파스타가게를 차리자는 약속이었다. 정년은 갈수록 짧아지고 퇴직 이후에도 경제생활을 지속해야하는 상황에서, 퇴직을 기다리기보다는 어차피 하게 될 거 차라리 남들보다 먼저 준비하는 게 유리하지 않겠냐는 생각에서다. 한동안 유명한 파스타집을 찾아다니기도 했다.
최 대표는 은행을 그만두고 창업교육을 받으면서 사업계획서까지 만들었지만, 갑자기 커피로 돌아섰다. “커피가 쉬워보였다고 해야 할까요? 커피도 마시고 음악도 들으면서 여유 있게 꾸려갈 수 있을 줄 알았던 거죠(웃음)” 사실 꼭 파스타를 고집해야 하는 이유나 미련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사업성도 어느 정도 있어 보였다. 처음엔 커피도구들을 하나씩 사 모으면서 커피공부를 시작했지만, 이내 카페를 차려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앞으로 내 일이라고 생각한다면 누군가에게 커피를 팔아봐야지만 커피를 알 수 있을 것 같았어요. 그래서 작은 10평짜리 상가를 얻었죠.”
호기롭게 차렸던 카페 같지만 자신감이 있던 것은 아니었다. ‘망하진 않을 것 같아서’ 시작한 일이었다. 월세와 재료비만 나와준다면 버틸 수 있겠다는 계산으로, 어떻게든 커피업계에 발을 들여놓아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대신 수입을 보전하기 위해 최 대표는 내키지 않았지만 다시 직장으로 돌아갔고, 동생(최영신 원장)과 함께 카페를 운영했다. 낮에는 동생이 가게를 지켰고 밤에는 퇴근한 최 대표가 마감했다.
카페를 시작하고 3개월을 지나면서 운영에 대한 감이 잡혔다. 카페의 규모나 유동인구의 중요성을 알게 된 것인데, 동시에 작은 매장의 한계도 깨달았다. 예상보다 수익은 적었다. 사실 이때까지만 해도 최 대표에게 커피는 그저 사업아이템이었을 뿐이었다. 생산적이고 미래를 준비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했다. “커피가 로망이었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어요. 그런데 매출을 걱정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커피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졌죠.” 그러던 중 ‘좋은 커피’를 경험했고, 커피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좋은 커피를 선택하기 위해선 제대로 된 공부가 필요했다. 곧바로 다음해부터 커핑을 배우러 다니면서 본격적인 커피공부를 시작하게 됐다.
커피를 공부하면서 최 대표는 한 가지 의문이 있었다. “책에서 보면 커피에서 과일이나 꽃향 같은 향이 난다는데 제가 하는 커피에서는 그런 맛과 향이 없었거든요. 그게 대체 뭔지 너무 궁금했어요.” 당시 막 큐그레이더를 따고 돌아온 서필훈 대표 이야기를 듣고 찾아가 커핑을 배웠는데, 우연찮게 에스메랄다 게이샤를 경험하면서 그 의문을 해소할 수 있었다. “충격적이었죠. 레몬향이, 꽃 향이 입안에서 ‘딱’하고 퍼지는데, 책에서 읽었던 바로 그 커피였어요.” 그런데 이러한 경험을 혼자만 알고 있으려니 답답했다. 다른 사람에게도 알려주고 싶었다. 그렇게 최 대표는 울산에서 커핑 교육을 시작했다.
스스로 좋아서 시작한 커핑이었다. “1명이 오든 말든, 저는 인터넷에 한다고만 소식을 올려놓고 생두를 빨리 볶아서 맛보고 싶어 했어요. 어떤 맛이 날까 궁금해 하면서 말이죠(웃음).” 모임이 탄력을 받은 것은 직접 로스팅을 하기 시작하면서부터이다. 매번 남의 커피로만 커핑을 하려니 결과물이 들쭉날쭉 이어서 차라리 직접 하는 게 낫겠다 싶었다. 이 일을 계기로 최 대표는 로스터로서, 최 원장은 교육을 담당하는 것으로 방향이 잡혀갔다.
2011년에 큐그레이더길드가 생기면서 울산센터까지 맡으면서 활동영역은 점점 커져갔다. 이어서 울산 최초로 유럽 바리스타 감독관 자격을 획득하면서 교육도 시작했다. 힘들기만 했던 카페 사정도 점점 좋아져 2년 뒤엔 바로 옆 옷가게를 인수할 정도로 성장했다. 2013년에는 현재 에이지커피랩까지 2호점을 확장했고, 제조업부터 카페, 교육사업까지 영역을 탄탄히 잡아갔다.
최 대표의 카페 운영은 상당히 단순하다. 메뉴판에 있는 것은 오로지 커피뿐, 시럽이나 설탕 등이 들어가는 베리에이션 메뉴가 없다. “핵심은 원두를 판매하는 것에 있어요. 카페는 커피 본연의 맛을 알리는 게 목적이라고 할 수 있죠. 손님이 좋아하는 것들은 다른 카페에도 많이 팔잖아요. 이 카페에서까지 제공할 필요는 없지 않나, 이런 생각이었어요.” 커피에 존재하는 다양한 향과 맛을 찾고 그것을 소개하는 게 카페의 역할이라는 것이다. 때문에 본래의 커피에 집중해야 했고 최대한 인공적인 요소를 배제했다.
※ 기사량이 많은 관계로 나눠서 포스팅합니다. (2), (3)으로 계속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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