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퍼스] 청주센터, '편견과 아집을 비우는 토바 호수' (1)
토바 호수 앞에서...
카페 이름인 다나우토바는 '토바 호수'라는 뜻이다. 인도네시아에 위치한 토바 호수는 그 크기가 제주도 만해, 이름만 호수지 바다라고 해도 될 정도다. 인도네시아로 산지 탐방을 떠나면서 만나게 된 토바 호수였다. 오 대표는 그런 호수를 바라보며 ‘초심’을 잃지 말자는 다짐을 했다. 편견과 아집 없이 커피를 바라보고 겸손한 자세로 커피를 대하겠다는 순수함이었다.
사실 그 즈음 오 대표는 여느 때보다 느슨해져 있었다. “그동안 나름 커피 공부도 열심히 해왔고, 큐그레이더도 따면서 ‘이제 커피 좀 알아가나 보다’ 싶었어요. 자만했던 거죠.” 그런데 막상 인도네시아의 산지를 다니면서 여러 커피인들 만나고 그들의 다양한 커피를 접하니, 결코 그렇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내가 참 작구나, 그게 느껴지더라구요.” 넓은 커피의 세계를 실감한 순간이었다.
산지의 상황을 직접 경험하면서 커피에 대한 생각도 바뀌었다. 그 전까지 오 대표는 긍정보다는 부정에 반응하는 편이었다. 아무리 좋은 커피라도 장점보다는 단점이 눈에 들어 왔고, 평가는 혹독했다. 그보다 못한 커피들은 말할 것도 없었다. 그랬던 그가 농부들의 삶을 마주하면서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 누군가의 수고이자 삶의 결실인 커피를 점수에만 매여 너무 쉽게 대했던 것은 아니었나, 고민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 단점보다는 장점을 발견하는 것에 주목하기로 했다. 개성과 색깔이 잘 담겨진 좋은 커피로서의 가능성이다.
오 대표는 지난 2월, 콜롬비아에서 열린 ‘안티오키아 베스트컵 콘테스트(Antioquia Best Cup Contest)’에 커퍼스의 다른 센터장들과 함께 국제 테이스터로 초대되어 참석했다. 매년 생두 수입량의 최고치를 갱신하면서 다양한 커피들이 국내에 들어오고 있지만, 커피 산지에는 아직 우리에게 소개되지 않은 보물 같은 커피들이 여전히 많다. 커피 대국인 콜롬비아 역시 마찬가지로, 이번 콘테스트의 목적도 안티오키아 지역 내 우수한 커피들을 더욱 알리고자 여러 나라의 커피인들을 초청해 한 자리에 모은 것이다. 각국에서 모인 커피인들과 만나며 소통하는 것을 물론이고, 양질의 콜롬비아 커피를 만날 수 있는 기회였다. 인도네시아에 이어 다시 한 번 그의 시야를 넓혀준 시간이었다.
ⓒ 오지영
그렇게 넓은 세상을 깨달으면서 나만이 맛있는 커피를 할 수 있고, 나만이 해야 한다는 아집을 버릴 수 있었다. “제가 지금 발견했다고 해서 그게 꼭 제 것이라고 생각하진 않아요. 언젠가 누군가 또 발견할 테고...” 오 대표는 자신의 지식과 경험을 나눔에 있어 어려워하지 않는다. 심지어 여러 번의 시행착오 끝에 개발된 블렌딩 정보를 공개하는 것도 어렵지 않다. 어떤 콩이 어떻게 로스팅 됐고, 섞이는 비율은 무엇인지까지도 상세히 알려줄 수 있다.
오 대표가 나눔에 대해 관대한 이유는 ‘상생’에 있다. “정보 공유가 활발해지면 커피시장의 저변도 충분히 넓어질 거라고 생각해요. 다른 카페에서도 좋은 커피를 많이 선보이면 손님들도 그런 커피에 대한 경험치가 많아지겠죠.” 좋은 커피를 알아보는 소비자들의 시선은 정성과 노력을 기울이는 또 다른 카페들을 향할 것이란 믿음이다.
ⓒ 오지영s
오 대표 역시 또 다른 이들의 나눔과 경험을 통해 배우게 된다. 인도네시아 투어 때 만난 한 미국인 로스터와 함께 로스팅을 하며 서로의 스타일을 나눴고, 오 대표는 그의 단조로운 로스팅 스타일로부터 오는 풍부한 바디와 단맛에서 많은 힌트를 얻기도 했다. "결국 저만의 스타일이 남겠지만, 좋은 것은 받아들이고 나쁜 것은 걸러내는 과정이 계속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 기사량이 많은 관계로 나눠서 포스팅합니다. (3)으로 계속 이어집니다.
[커퍼스] 청주센터, '편견과 아집을 비우는 토바 호수' (1)
[커퍼스] 청주센터, '편견과 아집을 비우는 토바 호수'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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