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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퍼스] 갈월센터, 틀에 갇히지 않는 자유분방한 커피 (1) - 라이언스 커피



커퍼스 센터 소개

커퍼들의 모임, 커퍼스(cuppers.co.kr)의 의뢰로 진행된 센터 소개 기사 입니다. 현재 커퍼스는 한국커피품평협회(CCAK)로 확대하면서 커핑 관련 교육 및 전시, 대회 등 다양한 활동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커퍼스 갈월센터, 라이언스커피로스터스

틀에 갇히지 않는 자유분방한 커피




주입식 교육의 가장 큰 문제는 원리와 과정을 배제한 채 결과를 강조한다는 점이다. 나중엔 문제의 본질을 생각하기 보다는 정답만을 따지게 된다. 이러한 교육은 한동안 커피에서도 문제가 됐었다. 추출이든 로스팅이든 방법만 강조하다보니 ‘커피는 ~해야 한다’ 라는 생각에만 얽매였던 것이다. 정해진 틀을 벗어날 수 없으니 그 이상 발전하기란 기대할 수 없었다. 다행스럽게도 이제는 커피에 대한 객관적인 정보들이 온오프라인으로 활발하게 보급되면서 커피의 본질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는 커피인들이 많아졌다. 생각의 스펙트럼이 넓어진 것은 물론이다. 심지어 과거에는 용인되지 않았던 개념이나 방법까지도 다양성 안에서 새롭게 해석되는 요즘이다. 이제 커피에는 정답이 없는지도 모른다. 커퍼스 용산센터 라이언스커피로스터스(Ryans Coffee Roasters)를 찾았다.



나만의 ‘브랜드’를 꿈꾸다


라이언스커피로스터스(이하 라이언스커피)의 노영준 대표가 커피를 만난 곳은 호주였다. 호주는 일본에 이어서 두 번째 워킹홀리데이로 떠났던 나라였다. 호주에는 영국식 문화가 남아 있는데, 바로 티 타임이다. 노 대표는 티 타임 자리를 통해 자연스럽게 커피를 접하게 됐다. 그때만 해도 노 대표는 커피를 즐기는 편이 아니었다. 아메리카노보다는 라떼 류의 커피를 선호하던 평범한 사람이었다. 커피를 본격적으로 알게 된 것은 워킹홀리데이를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와서였다. 용돈이 필요해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게 됐는데, 일을 하면 할수록 커피에 대한 재미를 느끼기 시작했다. 


커피에는 기본적인 룰과 공식이 있었지만 정답은 없었다. 최적의 커피를 만들어가는 과정에 매력을 느꼈고, 커피를 알아갈수록 재미도 커졌다. 로스팅을 배우면서 결과물을 맛보고 확인하는 행동에도 흥미를 느꼈다. 특히 향미에 대한 궁금증이 컸다. “초콜릿 맛이 난다는데 왜 그런지 궁금했어요. 그래서 물었더니 설명을 못하더라구요.” 현상에 대한 원인을 알기보다는 마치 정답을 외우듯이 받아들이고 있었다. 정형화된 교육 탓이었다. 로스팅 역시 마찬가지였다. 예가체프의 투입온도나 로스팅 시간, 배출 시간 등이 모두 정해져 있었다. 그대로 따라하는 것이 지식이었고 경험이었다. “궁금했죠. 그래서 온도나 시간이 되기 전에 먼저 배출하면 어떻게 변하는데?, 하고 말이죠.”


▶ 커피와 관련된 노 대표의 왕성한 행보를 엿볼 수 있는 장면


결과물을 놓고 소통하는 것에 어려움을 겪을 때, 커피 향미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모임이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바로 큐그레이더 길드(커퍼스 전신)였다. 길드 모임을 통해 커핑을 접하고 교육도 받으면서 향미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했고, 본격적으로 커피에 매진하기 시작했다. 노 대표가 커피인으로 진로를 결정한 것은 큐그레이더를 따면서였다. “예전에 막연하게 하고 싶었던 일이 있었어요. 죽을 때까지 전문적인 일을 하고,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가 있는 일, 여행도 중요해서 언제든지 해외로 나가면서 할 수 있는 일, 또 외국어도 하고 싶었죠. 커피를 만났는데 이런 바람과 맞는 부분이 많았어요.” 


커피인이라는 막연한 진로는 점차 구체화되기 시작했다. “당시 커피헌터라는 직업을 들었는데, 그게 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어떻게 될 수 있는지 가이드라인 같은 게 없었죠. 고민을 하다가 나름 두 가지를 생각했어요. 생두회사에 취직하던가, 아니면 직접 산지를 다니거나...” 노 대표는 창업을 택했다. 같은 10년이라도, 회사에 들어가는 것보다 내 것을 만들어서 시작하는 게 더 낫겠다고 생각했다. 시작은 작은 공방이었다. 매장에서 커피를 팔기보다는 원두제조업을 기반으로 커피 지식을 공유하거나 교육하는 장소였다. “그때만 해도 큐그레이더에 대한 정보가 부족 했고, 비용에 부담을 느끼는 사람도 많았어요. 큐그레이더를 따면서 그 다음으로 제가 할 일을 보게 된 거죠.” 


▶ 얼마 전 오픈한 라이언스커피로스터스 2호점. 4호선 숙대입구역 인근에 자리하고 있다. 소비자를 위한 공간에 초점을 맞췄다


처음에는 커피를 배우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1일 세미나를 진행했다. 세미나는 점차 주기적으로 이뤄졌고, 나중에는 아예 정규과정으로 커리큘럼을 만들었다. 커퍼스 모임에서 활발히 활동하면서 얻은 노하우와 지식을 바탕으로 세운 뼈대였다. 넉넉하진 않았지만 3년 동안 노 대표는 교육과 세미나, 제조업을 병행하며 첫 매장을 운영했다. 그리고 2014년 말, 갈월동으로 보금자리를 옮기면서 새로운 시기를 맞고 있다. 


공방이라는 콘셉트는 그대로 유지하고 있지만 성격은 조금 달라졌다. “예전처럼 공방만 운영하는 형태론 힘들지 않을까 싶어요. 제조, 납품 쪽에선 이미 단가싸움이 시작됐거든요. 외부에서 더 큰 자본이 들어와 커피 값을 좀 더 싸게 풀어버리면 저희 같은 소규모 업체들은 당장이라도 위험해질 수 있어요.” 사실 이런 단가 경쟁은 이미 시작됐다. 과거부터 안정적인 운영을 해오던 중소업체들이 덩치를 키워가며 대규모 제조업체로 탈바꿈했다. ‘규모의 경제’를 내세우며 단가하락을 주도했고, 자금력에서 열세인 소규모 업체들을 압박하고 있다. 매장 운영은 중장기적으로 수익을 보전하기 위한 조치인 셈이다. 


▶ 국내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샌프란시스칸 로스터기


하지만 노 대표가 생각하는 가장 좋은 해법은 ‘브랜드’이다. 여기서 브랜드는 커피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풍부한 경험을 쌓으며 인사이트를 발휘할 수 있는 ‘차별화’를 의미한다. 노 대표의 활발한 외부활동은 결국 ‘라이언스커피’라는 브랜드를 만들기 위한 초석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지난해 다녀온 콜롬비아 안티오키아에서 겪은 경험들은, 노 대표가 그동안 머릿속으로만 그리던 해외활동의 가능성을 마음먹게 했다. “무엇을 해야할 지 구체화 됐다고 할까요? 사람들과 정보를 나누는 일에서부터 얼마나 안전하게 공급할 수 있을 것인가, 또 어떻게 하면 커피의 품질을 객관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지, 커피에 대한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었어요. 마침 그런 고민을 하고 있던 중이였는데, 정말 좋은 기회였던 것 같아요.” 


※ 기사량이 많은 관계로 나눠서 포스팅합니다. (2), (3)으로 계속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