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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외 잡담

하리오 드리퍼의 다양한 추출법

하리오 드리퍼www.flickr.com/photos/doubleshot_cz/6147531866



오늘은 하리오 드리퍼에 대한 이야기를 좀 해볼까 합니다. 사실 커피 잡지를 통해 홈카페와 커피에 관한 이야기를 자주 했지만, 커피를 업으로 삼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늘 부담이 있었습니다. 특히 커피 교육의 문제인지, 우리나라 교육 방식의 문제인지 모르겠지만, 커피인들 혹은 커피 애호가들 사이에서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과 경험을 '정답'화 하려는 식의 태도는 무엇을 이야기 하든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과거 네이버캐스트를 준비하면서 내렸던 결론은 원리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현상을 읽는 것 이었습니다. 홈카페 수준에서 너무 어려운 이야기를 할 순 없었지만, 적어도 '드립 할 때는 무조건 오른쪽으로 3번 돌려야 한다', '드립 온도는 90도여야만 한다'는 식의 정답을 설명하고 싶진 않았습니다. 


커피에 대한 이론은 계속 확장 중이고 새로워지고 있습니다. 과거의 정답이 오늘의 정답이 될 수 없을 만큼 파격적이기까지 합니다. 커피인들의 새로운 도전은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서론이 거창했습니다. 커피가 가진 다양성의 한 부분으로서, 하리오 드리퍼를 전 세계 커피인들이 얼마나 다양하게 사용하는지 소개하려고 합니다. 이것은 단순한 사용법 수준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드리퍼에 대한 이해가 얼마나 다른지를 보여주는 예라고 생각합니다.


1. 하리오사의 하리오 V60 드리퍼 공식 영상



하리오 V60의 사용법이 담긴, 하리오사의 공식 영상입니다. 간단하게 내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필터의 점선 부분을 따라서 접은 뒤 드리퍼에 장착 
  2. 뜨거운 물로 필터를 린싱한다(냄새를 제거고 서버를 따뜻하게 데우는 작업).
  3. 린싱한 물은 버린 뒤 드리퍼에 커피 가루를 넣는다
  4. 추천하는 커피와 물과 커피의 비율은 120ml : 12g
  5. 드리퍼에 커피 가루를 넣은 뒤 살짝 흔들어 커피 가루가 평평해지게 한다.
  6. 커피 가루에 물을 부은 뒤에는 30초 정도 기다린다(뜸 들이기)
  7. 가운데 부분부터 물을 붓기 시작하는데, 안에서 바깥쪽 방향으로 원을 그리는 식으로 붓는다. (물을 부을 때는 필터에 직접 닿지 않도록 한다)
  8. 추출 시간은 3분을 넘지 않는다.
  9. 충분히 커피가 추출 됐다면 드리퍼는 제거해주는 게 좋다

핸드드립에서 자주 언급되는 '물을 어떻게 부어야 한다'는 이야기는 언급돼 있지 않다는 게 특이하죠. 


2. 스텀타운(Stumptown)의 하리오 v60 드리퍼 추출법



미국의 핫한 커피전문점 스텀타운의 추출법입니다. 영상 내용을 간략하게 설명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96도 정도 되는 뜨거운 물로 필터를 린싱한다.
  2. 21g의 커피를 커피 그라인딩(분쇄도는 코셔 소금)
  3. 커피 가루의 표면을 덮을 만큼 뜨거운 물을 충분하게 부어준다(뜸들이기 물) . 2~30초 후엔 적절히 섞어준다
  4. 회전시키면서 물을 부어 커피를 추출한다(총 360ml)
  5. 컵을 데운 뒤 추출된 커피를 따른다.

역시 후반부에 물을 붓는 과정에 대해선 크게 언급하지 않습니다(상세한 영어 설명은 각자 들읍시다). 너무 성의 없게 느껴질 만큼 말이죠. 물 붓기 보다는 뜸 들이기에 더 많은 신경을 쓰는 것처럼 보입니다. 


3. Mistobox의 하리오 V60 드리퍼 추출법



Mistobox의 V60 추출법을 살펴봅니다. 영상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필터를 뜨거운 물로 린싱한다.
  2. 커피를 그라인딩 후 드리퍼에 담는다. (물과 커피의 비율은 400ml : 26g)
  3. 뜸 들이기 전에 가운데 부분에 공간을 만들어 준 뒤 물을 붓는다. 
  4. 회전하면서 물을 붓는다.
  5. 마무리는 크게 휘저어주고 추출된 커피가 모두 내려 갈 때까지 둔다.

뜸 들이기 전에 커피가루에 공간을 만들어 준다는 게 특별해 보입니다. 마지막 추출에서도 서버를 빼거나 드리퍼를 빼지 않고 모두 추출될 때까지 둔다는 것도 특이하죠. 


4. Matt Perger의 하리오 V60 드리퍼 추출법



이제는 세계적인 바리스타로 명성을 누리고 있는 맷 퍼거의 하리오 V60 드리퍼 추출법입니다. 영상의 내용을 간략하게 설명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1. (린싱 과정은 생략) 커피 가루를 드리퍼에 담은 뒤 뜨거운 물을 부어 뜸을 들이는데, 물을 부은 뒤에는 휘저어 골고루 젖게 한다(30초) 
  2. 50ml 물을 안에서 바깥으로 원을 그리듯이 붓는다(이때 커피 가루가 물 위로 드러나지 않도록 한다)
  3. 1분 뒤 앞선 과정처럼 100ml 물을 다시 부어준다(라오 스핀)
  4. 마무리 될 즈음 드리퍼를 살짝 들었다 놓으면서 커피가루의 층을 정리한다
  5. 드리퍼에 담긴 커피가 서버에 모두 빠질 때까지 기다리면서 마무리 한다.

보다 전문적인 접근처럼 보이는데요. 한 번에 물을 붓는 게 아니라 나눠서 붓는다는 것과, 마지막에 드리퍼를 살짝 탭하는 과정이 인상적입니다. 맷 퍼거 역시 커피가 모두 추출될 때까지 드리퍼나 서버를 빼지 않네요. 계산된 커피와 물의 비율을 정확히 지키려는 의도로 보입니다. 라오 스핀에 대한 보다 자세한 이야기는 이곳에서 확인하세요.

5. Prima Coffee Equipment의 하리오 V60 드리퍼 추출법



프리마 커피 이큅먼트의 하리오 V60 드리퍼 추출법입니다. 린싱과 주요 내용은 위 영상과 거의 비슷하지만, 물을 붓는 방식이 조금 특별합니다. 보통 원 형태를 그리면서 커피 가루를 고루 적시면서 추출하는 것에 비해 프림마 커피 이큅먼트는 가운데 부분으로만 물을 붓습니다. 


6. Seattle Coffee Gear의 하리오 V60 드리퍼 추출법



시애틀 커피기어의 영상입니다. 아이스 커피 추출에 대한 이야기지만, 뒤에 붙은 '일본식(Japanese Style)'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따로 설명할 단계는 많지 않지만 특별한 부분 몇 가지를 언급한다면, 


  1. 뜸들이기 용 물을 부을 때 커피 가루를 전부 적시지 않는다.
  2. 추출 시 조금씩 천천히 물을 붓는다.

이 정도가 되겠습니다. 위에서 살폈던 드립법과는 다르게 물줄기를 조절해 추출량과 속도를 조절하고 있네요. 



일본식에 가까운 드립법이라고 생각되는 또 다른 영상입니다. 적은 양의 물을 여러 번에 나눠서 섬세하게 붓는 게 인상적입니다. 


7.  커피노마드의 하리오 V60 추출법 



우리나라 영상인데요. 다른 영상들 중에서도 조금 달라 보이는 추출법이어서 꼽아봤습니다. 영상 내용을 요약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1. 원두에 물을 부어 뜸을 들인다(35g 커피 사용).
  2. 커피 표면이 마를 때까지 기다린다.
  3. 가운데 부분부터 회전하면서 물을 부어준다( 초반 커피 향미 끌어올리는 작업, 가스도 배출 시킨다).
  4. 마른 뒤 약간 부어 본격적인 추출 준비를 한다.
  5. 커피가 섞일 수 있도록 강하게 물을 붓는다. 
  6. 300~350ml 추출 후 드리퍼 제거한다.



하리오사의 공식 영상에도 불구하고 서로 다른 방식의 드립법을 갖고 있는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물론 공통적인 부분도 있습니다. Pour-Over 방식의 추출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물과 커피의 비율(분쇄도) 그리고 추출이 충분히 일어날 수 있도록 뜸(Bloom)을 들이는 것 정도 입니다. 일본식 핸드드립처럼 물을 붓는 방법을 강조하지 않는 것은 최초 디자인된 형태에서 그만의 특별한 추출이 이뤄진다는 태도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드리퍼를 '변수'로 보지 않는다고도 할 수 있겠네요

이중에서 '정답'은 과연 무엇일까요? 모두가 정답이라고 생각합니다. 각자 자신이 추구하는 커피를 표현하기 위한 방법이니까요. 지나치게 공감할 수 없는 이론을 내세운다면 곤란하겠지만, 추출자가 자신의 행동에 대한 이유를 충분히 알고 있고, 실제 행동으로 결과물을 보여줄 수 있다면 하나의 추출법으로 인정할 필요가 있지 않나 싶습니다. 




적어도 홈 카페에서는 저와 여러분이 정답이니, 위에 나온 드립법을 흉내내면서 자신만의 스타일을 다져가는 것도 좋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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